솔직히 이 정도 책은 너댓 권 정도 읽을 걸로 쳐줘야 한다.(사실 원래도 세 권의 두툼한 책으로 나왔다가 한 권으로 합본한 책이기도 하다.)후주를 빼고 본문만1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도 그렇지만,유대인의4천 년 역사를 시대구분을 따라 일곱 개의 장으로 서술하는 책의 내용도 단숨에 읽기에는 만만치 않다. 한 페이지,한 페이지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정독하다보니 책 옆면이 온통 울긋불긋 물들었다.그만큼 내용을 충실하고 독창적으로 풀어내서 대충 넘어갈 만한 부분이 없다.아브라함부터 시작되는 팔레스타인(가나안)땅과의 인연부터,점차 발전해 나가는 유대교의 신학을 다루는1장,후기 왕정 시대부터 신구약 중간기를 지나며 분화되기 시작한 유대교 내 개혁파와 정통파를 묘사하는2장,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반유대주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합리주의와 신비주의가 교차되었던 중세 초기(3장)를 넘어,게토라고 불리는 분리거주구역의 설치와 함께 점점 반유대주의가 더 강해지는 중세 중후반(4장)까지 유대인들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였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유대인들은 드디어 자신들에 대한 장벽이 철폐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어떤 이들은(마르크스나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이들이 대표적)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유대인으로의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이 과업에 편승하고자 했지만,드레퓌스 사건으로 인해 이런 기대가 허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대인 국가의 재건을 위한 움직임,즉 시온주의가 발흥한다(5장).그리고 마침내 벌어진 인류 최악의 범죄인 홀로코스트를 다루는6장에 이르면,자칭 문명국이라 자부하던 이들이 보여준 악마적 근성에 구토가 치민다. 결국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자신들의 나라를 건설하는7장에 이르면,이 대장정을 함께 지켜봐 온 독자로서 일종의 안도감마저 든다.수천 년 동안 민족적 무시와 차별을 당했던 사람들의 사고는 우리의 생각으로 가볍게 재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은 아랍 세계와의 갈등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고,독립 전후의 처리 방식에서 범죄적 요소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아랍 세계의 대처도 별반 다를 바 없었고,애초에1948년 이전에 그 땅은 전후 해체된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으니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진다. 역사를 다룰 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어떤 시기 어떤 민족이나 국가가 마치 하나의 단일체인 것처럼 판단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그러나 어느 시대든 그 구성원들의 사고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저자의 관점에서 유대인은 이런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대단히 큰 파괴력을 발휘하는 사건들은 일종의 경향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서유럽 전반에 퍼진 반유대주의를 피해 많은 유대인들이 동부로 이주하면서 아슈케나지 사회가 크게 확장되었지만, 17세기 중반에 벌어진 대대적인 학살로 인해 다시 서쪽으로 이동한다.이들은 독일을 거점으로 기존 사회에 녹아들어가기 위해 애쓰지만, 2백 년 후 벌어진 홀로코스트로라는 대참사를 겪게 된다. 그런데 그런 큰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유대인들은 일치단결해서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는다.심지어 시온주의 세속국가의 건설에도 수많은 유대인들이 반대했으니까.개혁파와 정통파,합리주의와 신비주의의 교체는 유대인 역사 가운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이런 현실에 기초한 실용주의와 이상에 기초한 정통주의를 이해하지 않은 채, ‘유대인이 어쩌구’하는 식의 얄팍한 훈수를 남발하는 건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유대인의 이야기를 하면서‘협상’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빠뜨릴 수 없다.수없이 핍박받고 쫓겨나고,또는 갇히면서 그들은 실권을 지닌 이들과의 협상을 통해,그들이 원하는 것들(대개는 재물이었다)을 어느 정도 내어주는 대신 공동체의 생존을 얻어냈다.오늘날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얼토당토않은 불합리한 조건들도 그들은 감내해 내면서 조금씩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협상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는 역사적 표본이라고 할 정도. 자신들이 원하는 문구가 빠졌다는 이유로,혹은 자신이 제안한 것들을 상대가 백 퍼센트 용납하지 않았다면서 협상 자체를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협상이라는 게 애초에 양편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라는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승패를 가르는 싸움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태도다.필부필부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그냥 자기 하나 손해 보면 그만이겠지만,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책임지는 지도자들이 이런 식의 생각을 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들이 그토록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은,애초에 협상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배제한 채 유대인 몰살을 계획했던 히틀러 같은 괴물을 앞에 두고도 협상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현실을 견디기만 했던 자세도 한 몫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협상이라는 것도 상대가 대화가 가능한‘사람’일 때 가능한 것이다. 4천 년 유대인의 역사에 대한 풍성한 정보와 인상적인 통찰들이 잔뜩 담긴,좋은 학술서이면서 역사서인 책이다.볼륨이 좀 있어서 부담이 될 수 있지만,한 번 제대로 읽어 보면 또 다시 읽고 싶어질 때가 올 듯하다.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조사연구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4천 년 유대인의 역사
이토록 방대한 정보를 이토록 생동감 있게 펼쳐낸 유대인 이야기는 이제껏 없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부터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도 유대교의 규범과 관습을 포기하지 않았던 디아스포라, 게토와 홀로코스트를 거쳐 현대 이스라엘을 건국하기까지, 역사에는 목적이 있고 인류에게는 이루어야 할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세계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유대인의 역사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성경과 역사, 이야기와 해석의 완벽한 조합!
들어가는 말
1부 이스라엘 자손
막벨라 동굴의 상징성|나그네로, 떠돌이로|유대인의 하나님|노아의 홍수|역사 속에서 부활한 아브라함|초기 단계의 일신교|선택받은 민족|막연한 약속의 땅|지파와 인보동맹|최초의 숨은 실력자, 요셉|성숙을 위한 탈출|영적 전체주의자, 모세|율법: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존엄성|민주적 신정정치|여호수아의 정복과 고고학 기록|사사: 카리스마 있는 비행자|사무엘과 국가적 예언|사울과 개헌 논의|제사장 겸 왕, 다윗|솔로몬, 절대 왕정, 성전 국가|엘리야의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아모스와 계급투쟁|호세아와 마음의 종교|엄숙주의의 발흥|이사야와 양심의 탄생|최초의 유대인, 예레미야
2부 유대교
에스겔의 마른 뼈 골짜기|느헤미야의 제2 성전|에스라, 서기관, 그리고 정경|역사가로서의 유대인|욥, 하나님, 그리고 신정론|그리스인 대 유대인|순교자를 만들어낸 마카베오 가문|제2 성전 시대: 정결에서 타락으로|바리새파 유대교의 부상|헤롯 대왕의 박애주의 전제 정치|섬뜩한 영광을 품은 성전|다니엘서의 종말론적 혁명|메시아 사상|예수: 고난받는 종인가, 반역의 장로인가?|바울이 훔친 유대교의 보편주의|고대 이방 세계의 반유대주의|요세푸스와 대반란|시몬 바르 코크바의 냉혹한 소왕국|그리스도인 대 유대인|야브네와 랍비의 유대교|타나임, 아모라임, 미쉬나, 탈무드|유대교 윤리신학의 성숙|사회적 책임의 필요성|폭력 포기 선언|바빌로니아 포로기의 유대 족장|초기 그리스도인의 반유대주의|이슬람이라는 이단
3부 학자 지도 체제
투델라의 베냐민|유대인과 암흑시대 도시의 탄생|이자 수취를 둘러싼 도덕 논쟁|이슬람 세계의 유대인: 딤미|학자들의 통치|마이모니데스, 유대 역사의 중심인물|카이로 게니자|중세 유대 합리주의의 목표|대항 세력으로 등장한 비합리주의|신비주의와 카발라|유다 하 레비와 나마니데스|조하르|유대인과 의학|중세 유대인 사회의 구조|유대교의 하부구조|라틴어권 유럽 기독교 제국의 유대인|반유대적 악마론|십자군 프로그램|최초의 피의 비방|대금업과 유대인 사육|유대인, 수도사, 흑사병|스페인과 유대인 문제: 논쟁|유대인의 지적 삶의 퇴보|폭동과 토르토사|콘베르소와 종교재판|스페인 유대인 사회의 붕괴|피난민과 유댄자우
4부 게토
이븐 베르가와 미움받는 유대인에 관한 전설|베네치아에 세운 최초의 게토|논쟁가 유대인과 노예 유대인|르네상스, 종교개혁, 유대인|반종교개혁의 충격|유대인, 사업체 이전과 확장|돈에 대한 합리적 사고|동유럽의 유대인|30년 전쟁의 비용 조달|궁정 유대인의 발흥과 쇠락|1648년 대재앙과 그 여파|루리아의 카발라와 대중적 신비주의|마법과 메시아 신앙|샤베타이 체비, 가자의 나탄, 침투성이 강한 영지주의|세계교회주의자 야코브 프랑크|므낫세 벤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잉글랜드 귀환|뉴욕의 유대인|미국 유대인 사회: 새로운 현상|유대인과 자본주의의 부상|게토 내 합리주의와 비합리주의|스피노자, 범신론, 무신론|18세기 유대인의 경건주의: 바알 쉠 토브와 하시드|빌나의 가온과 하시드 운동에 대한 박해|멘델스존과 유대 계몽주의 운동|유대인 개혁과 현대 반유대주의의 탄생
5부 해방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세례|로스차일드 가문이 선택한 길|영국, 친유대 사회|다마스쿠스 사건|디즈레일리와 유대교적 기독교|춘츠와 유대학|히르슈와 신정통주의|크로흐말, 그레츠, 유대 역사 서술|가이거와 개혁파 유대교|루차토와 히브리어의 길|이디시어라는 대안|세속적인 유대 지성인의 부상: 하이네와 유대인의 자기혐오|마르크스와 유대인의 반유대주의|아슈케나지의 인구 폭발|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정책|1881년 이후 러시아 탈출과 그 여파|모르데카이 노아, 개혁, 독일계 유대인의 미국|에마 래저러스와 뉴욕 유대인 사회|시온주의자의 계획: 모제스 헤스|다니엘 데론다를 기다리며|현대의 인종차별, 드레퓌스 사건과 프랑스인|라자르, 레이나슈, 프루스트, 인텔리겐치아의 부상|헤르츨과 독일의 반유대주의|유대 국가와 시온주의 운동|동부 유대인과 바이츠만|시온주의에 대한 종교적 반대|독일인과 유대인|유대인과 모더니즘|구스타프 말러와 아르놀트 쇤베르크|레온 박스트, 마르크 샤갈|지그문트 프로이트: 현대 유대 영지주의자|아인슈타인과 유대인의 합리주의 정신|카프카와 지옥에 떨어진 영혼
6부 홀로코스트
1차 세계대전과 유대인|바이츠만과 영국 지배층|로스차일드와 밸푸어 선언|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정착|야보틴스키와 유대인의 자기방어|아랍 민족주의의 발흥|새뮤얼과 무프티|위임 통치 기간의 유대인 이주|벤구리온과 사회주의적 시온주의|세계대전과 영국의 정책|로자 룩셈부르크, 레온 트로츠키, 비유대적 유대인|이사크 바벨 사건|시온 장로 의정서와 볼셰비즘|영국에서|프랑스에서|미국에서|브랜다이스와 미국 연방대법원|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의 유대인|범죄자 유대인|버나드 바루크와 거액 융자|월터 리프만: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전후 독일의 유대인|히틀러의 반유대주의|학생, 교수, 유대인|유대인에 대한 미디어 폭력과 바이마르 문화|발터 벤야민 사건|히틀러의 권력 장악과 반유대주의의 이중성|대학살을 향한 첫 발|전시: 굶주림과 가혹한 노동|유대인 말살 정책의 기원|특별 행동 부대|죽음의 수용소|독일 국민의 역할|오스트리아인, 러시아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영국과 미국의 역할|유대인의 묵종과 저항|반유대주의의 잔재|전범 재판|피해 보상
7부 시온
유대 역사에 나타난 재난과 섭리|영국과 시온주의 국가|메나헴 베긴과 유대 테러리즘|영국의 위임 통치 포기|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기회의 창|이스라엘 독립 전쟁|데이르 야신 사건과 난민 문제|시온의 국경|경비가 삼엄한 국가|수에즈 위기|6일 전쟁|욤 키푸르 전쟁|이집트와의 강화조약|유대인에 대한 정의|추수|현대 언어로 부활한 히브리어|사회주의 법인형 국가|다비드 벤구리온과 메나헴 베긴|종교 정당들|안식일, 교육, 결혼|성전산|아이히만 재판|계속되는 디아스포라|이국 분파|유럽의 디아스포라|미국 유대인의 특별한 역할|러시아 유대인 사회와 스탈린의 반유대주의|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시온 제국주의의 기원|현대 소련의 반시온주의|아랍의 반유대주의 운동|국제연합, 테러리즘, 이스라엘의 대응|오늘날 세속적 시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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