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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 이어 읽은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로, 1992년 유학을 떠난 허수경 시인이 20년 넘게 생활한 독일의 도시 뮌스터를 무대로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서 활동한 시인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뮌스터는 독일 북서쪽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중소규모의 도시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열 시간 거리를 날아오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기차로 약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을 달리면 뮌스터에 도착한다. 인구는 30만 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학생의 숫자만 5만 명이 넘는다. 전통적으로 대학과 행정을 담당하는 건물이 많고, 교회와 성당의 수는 백여 개를 넘는다. 라인강이 가로질러서 도시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여유로운 편이다. 뮌스터 출신의 시인이 많은 것은 어느 때나 하염없이 흐르는 저 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저자는 하이네, 트라클, 벤, 작스, 괴테, 릴케 같은 이름난 시인이나 그베르다, 아이징어, 호프만슈탈, 드로스테휠스호프 같은 덜 유명한 시인이나 사려 깊고 꼼꼼하게 소개한다. 그 유명한 <로렐라이>를 쓴 독일의 대표 시인 하이네는 생전에 당대의 시인이었던 아우구스트 그라프 폰 플라텐과 크게 다퉜다. 하이네는 플라텐이 동성애자라고 비난했고, 플라텐은 하이네가 유대인이라고 조롱했다. 19세기 중반에 살았던 두 사람은 불과 몇십 년 후에 자신들의 조국에서 동성애자와 유대인을 모두 혐오하는 정치 세력이 나타나 처참한 살상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이 책에는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와 마찬가지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세계의 노예 가 되기 싫어서 자의로 택한 이방인의 삶이지만, 아직 입에 선 외국어와 익숙지 않은 외국 음식,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 때문에 지치고 힘든 날도 많았다. 그때마다 저자는 낯선 거리를 정신이 들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면 낯설기만 한 이 도시도 누군가는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고 그럼에도 사랑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현지인이나 나나 결국 여기에 계속 있는 존재가 아니라, 얼마든 살다가 언젠가 떠날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저자는 이따금 뮌스터의 중심가를 둥글게 품은 푸른 구역의 구석에 있는 칠기 박물관에 들르기도 했다. 옛 부유한 이의 빌라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이곳에는 한국, 중국, 일본과 이슬람 세계의 칠공예품이 진열되어 있다. 저자는 우울할 때마다 이곳에 와 한국에서 온 칠공예품과 나전칠기 등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조개들도 내 고향의 해안에서 혹은 바다에서 자랐으리 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고향에 다녀온 듯이 마음이 든든해졌다. ? 이 외에도 낯선 독일의 도시 뮌스터를 정겹게 느끼게 해주는 잔잔하고 단단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독일어를 열심히 배우고 돈도 열심히 모아서, 언젠가 저자의 행선지를 따라 뮌스터를 여행해 보고 싶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은 잊어버릴 수 없어.
우리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유는 마음속에서 서로 자주 지나다녔기 때문이야.

당신과 나와 시詩, 그리고 뮌스터!

난다의 걸어본다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허수경이 독일로 이주하여 23년째 살고 있는 뮌스터를 배경으로 그네가 천천히 걷고 깊숙이 들여다본 그곳만의 사람들과 그곳만의 시간들을 독일 시인들의 시와 엮어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매 챕터마다 그네가 번역한 독일 시인들의 시가 한 편씩 실려 있는데, 이는 그네가 알고 있고 알게 된 독일만의, 뮌스터만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꽤 요긴하게 쓰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하이네, 트라클, 벤, 작스, 괴테, 릴케 같은 시인이 있는가 하면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그베르다, 아이징어, 호프만슈탈, 드로스테휠스호프 등의 낯선 이름도 그네를 따라 발음해보게 된다. 그러나 시인의 유명세를 따져 물을 필요가 없는 것이 그네의 번역으로 소개되고 있는 그들의 시가 좁게는 기원전 6세기경에 시작되어 ‘도시’로 성장해가며 오늘날 인구 삼십만 명을 이룬 뮌스터를 테마로 삼고 있는데다 크게는 참혹한 전쟁을 겪은 독일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주요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prologue
1│어느 우연의 도시
2│기차역에서
3│칠기 박물관 앞에서
4│뮌스터의 푸른 반지
5│츠빙어Zwinger에서
6│소금길, 그리고 다른 길들─멀고도 가까운 전쟁?
8│중앙시장과 옛 시청
9│대성당과 그 주변
10│루드게리 거리와 쾨니히 거리에서
11│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1
12│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2
13│아호수에서
14│쿠피어텔에서 프라우엔 거리
epilogue


 

AROUND 어라운드 44 (월간) : 3월 [2017]

요즘 국내여행서의 80프로이상은 제주관련여행서가 엄청 쏟아져나온다.이젠 툭하면 수학여행도 해외아님 제주인게 현실이고~~지금은 중년을 넘어서는 길목의 내가 고2인 시절에만도 경주아니면 다른 수학여행지를 떠올릴수없는 시절이었는데....일전에 울산지역을 거쳐 여행하면서 경주를 경로로 하여 갈 일이 오랜만에 있었는데 지난 지진사태로 놀란 이후로 더욱 찾는 이의 발걸음이 많이 끊긴 양 천년고도는 너무도 가라앉고 조용하고 어쩌면 쓸쓸하게 위축되보이기까지해서 아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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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27

술이랑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시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시나 이런건 제외하고 진달래꽃이 나온 시기에 나온 시들을 읽다보면 현대시와는 다른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묘한 여운이 많이 느껴집니다. 시대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고 하니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런 시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못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글이나 말로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어떻게 하면 글을 또는 말을 잘 할 수 있을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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